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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15. 안녕하세요, 이민혜입니다. 박상기 장관께. 새롭고 낯선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설레는 것이기도 하지만 공포스럽고 꺼려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장관님도 경험해보셨겠지만, 새로운 학교에 등교하는 첫 날, 모르는 사람으로 대부분인 모임에 참석하는 날 우리는 모두 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긴장감을 느낍니다. 이런 두려움은 그 새로움이 자신이 선택한 경우일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입모아서 '젊을 때 꼭 해봐야 하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유럽여행을 친구와 함께 간 적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선선한 날씨는 정말 기억에 오래 기억할만한 것이었지만 여행하는 삼 주 내내 저는 왠지 모를 불편함에 몸이 무거웠습니다. 스스로가 마치 바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행 내내 저는 누군가의 호의를 구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여행 계획이 어긋나 새로운 ..
[법무부장관님께] 14. 안녕하세요, 홍세화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께, 안녕하신지요? 최근에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을 예고했습니다. 난민법이 행정 관리들의 편의주의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난민보호를 목적으로 갖는다고 할 때, 개정안은 개선 방향이 아니라 개악의 방향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번 개악안이 의회에서 통과한다면, 난민 심사의 벽은 더 높아지고 신청 절차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난민 신청 접수 장소는 대폭 축소되고, 난민 신청자가 출국하면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여 가족결합을 어렵게 만들고, 90일 동안이었던 소송 기간은 30일로 줄어들어 난민 신청자들이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반면에 강제소환은 더 쉬워질 것입니다. 장관께 이 개악안의 철회를 요청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20년 동안 프..
[법무부장관님께] 13. 안녕하세요, 강이슬입니다. 법무부 장관님께 법무부 장관님,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난민을 대했던 흐름을 봤을 때 이 결정은 그저 난민의 고통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무책임한 결정인 것이죠. 법무부 장관님께서는 난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잘 아실 겁니다. 난민이 되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또 법이라는 것이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기에 법무부 장관님은 이런 결정에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난민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낸 지옥의 희생자입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식민지 분할하여, 종족 간•종교 간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
[법무부장관님께] 12. 안녕하세요, 한나현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부 장관님.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스물아홉의 청년입니다. 그리고 저는 뉴스에서 그토록 걱정하는 - 이민을 가고 싶어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는 - 소위 ‘청년문제’의 바로 그 청년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좋은 삶을 살고 싶을 것이고,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저 이후의 삶을 한국에서 꾸리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 ‘사회’의 끔찍함을 목도하기 때문입니다. 난민신청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비인격적인 사건들은 장관님께서도 잘 알고계실 것입니다. 난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냉혹함, 무신경함, 적대감은 제가 속해있는 이 곳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지난해 예멘 난민의 입국을 두고 한차례 광풍이 불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몇 개..
[법무부장관님께] 11. 안녕하세요, 전예진입니다.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 전예진이라고 합니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직장에 다니며 버는 돈으로 월세를 내며 자취를 하고 있는 여느 청년과 별반 다름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마을공동체에 속해 살고 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 평일 저녁에 공동식사를, 토요일 아침에는 함께 브런치를 먹습니다. 혼자 살다보니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밥과 반찬을 얻어먹곤 합니다. 또한 집에 문제가 생기면 너 나 할 것 없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시곤 하지요.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기도 하고, 또 도움을 줄 수 있기도 합니다. 일상 속에서의 하잘것 없어보이는 작은 손길들이 어떤 이에게는 무엇보다 간절하고 소중한 구원과도 ..
2019 봄 난센 활동가 이야기 나무 2019년이 밝아오자, 첫 주간회의 때 우리들은 올해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업무를 줄이고 필수적인 활동에 집중하자는 기나긴 회의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다시 마라톤의 첫번째 구간을 뛰고 있는 것 같네요. 하하하(슬의 넋나간 웃음 버전으로 읽어주시길). 삶의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데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모두 즐거운 긴장감이 드는 정도만 달리기로 해요. ^^ 올해 들어서 저의 활동은 오랜만에 재개한 활동의 패턴에 제법 익숙해지고, '스스로' 어떤 활동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결정도 해 보게 되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또한 난민 이슈와 활동이 위치해 있는 지점들을 조금은 더 알게 되면서, 3월의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법의 주요 원칙들이..
[법무부장관님께] 10. 안녕하세요, 이상아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코트디부아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고 지금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상아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Cote d'Ivoire)에는 제가 17살이 된 해였던 2011년에 내전이 발생하였습니다. 긴 기간의 시위로 긴장감이 맴돌고 있던 상황에서 내전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밖에서 시위자들이 떼창을 하며 행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학교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학교 지하실로 대피하였고 시위자들의 떼창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 후에야 부모가 방문하는 대로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곧 저를 찾으러 오셨고..
[법무부장관님께] 9. 안녕하세요, 이다현입니다.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단지 난민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늘 이 편지를 드립니다. 난민에 대한 지나친 온정주의에서 무작정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난민법 개정의 이면에 “난민에 대한 보호” 보다 “신속한 난민 처리”라는 의도가 없길 바랄 뿐입니다. 한국은 난민협약 가입국이며 어느 정도의 난민을 수용할 여력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이유로 난민들의 난민 인정 심사 권한까지 제한해 버린다고 과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요? 난민 심사 자체를 막고, 강제 송환으로 대한민국 땅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면 한국이 “난민문제”에서 자유로워 질까요? 저는 오히려 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 한국의 난민법과 심사절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