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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ata on Refugees

허위주소지 제출 사유로 고발된 인도적체류자에 대한 무죄판결

출입국에서는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인정자에 대해 체류허가를 부여하거나 연장시마다 체류지 입증서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주거지원은 전무한 상황에서 체류지 입증서류를 구비하도록 하는 것은 합법적인 체류를 유지하는데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자체도 문제인 상황에서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인정자는 주거지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종종 취업을 알선하는 알선업체에서 허위의 주거계약서를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인정자에게 발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출입국은 이를 이유로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인정자에게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며 출국명령을 내리거나,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고발조치를 하여 형사책임을 묻습니다. 또한 출입국에서 벌금이 부과된 경우 현행법상 이의신청을 할 수가 없고, 유일한 방법은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고발조치를 당한 후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되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결백함을 증명해 내야 합니다. 인도적체류자 자격 자체가 박탈될 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안은 채, 한 인도적체류자가 형사고발 조치를 당하였고, 재판과정까지 가서 다툰 후 지난 5월 12일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 법원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광장에서 이 사건을 프로보노로 조력하였습니다. 지난 2월 22일 사례보고회에서 발표한 홍석표 변호사의 글을 판결문과 함께 공유합니다.     

판결등본(2020고정2)(익명화).pdf
1.03MB
2022노 출입국관리법위반(익명).pdf
0.43MB

 

출입국관리법 위반 형사사건 변론

 

법무법인(유한) 광장 홍석표

 

사안의 배경 및 쟁점

 

C에 대한 공소사실은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과 관련하여 위조, 변조된 문서 등을 입증자료로 제출하거나 거짓 사실이 적힌 신청서 등을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신청하여서는 아니되는데, C는 체류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위해 총 8회에 걸쳐 본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았던 주소를 통합신청서에 기재하고 한국인 브로커로부터 전달받은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하였다”는 것이었다.

 

C는 예멘 출신으로서 한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였고 인도적 체류허가만 받은 상황인데, 현재까지도 한글과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C로서는 반복되는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을 위해서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직장을 소개시켜준 브로커에게 거주지 입증 서류를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그 브로커가 임의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C에게 건네주고, C는 이를 출입국사무소에 가져가서 그 곳의 자원봉사자들이 한글로 주소지를 기재한 것이었다. C로서는 주소지에 관하여 거짓 사실이 적힌 신청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는데, 출입국관리소의 일제 단속 과정에서 브로커가 검거되자 C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C의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아 형사기소에 이른 사안이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범칙금을 납부하면 고발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되는데, 인도적 체류허가자로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C로서는 500만 원의 범칙금을 납부할 자력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거도 한국인 브로커는 범칙금을 내고 형사기소되지 않았는데, 형사 재판에서는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하였다.

 

 

조력 과정 및 내용

 

C는 예멘인으로서 전혀 한글, 한국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통역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 천안에서 진행한 형사재판에서 유능한 아랍어 통역인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분이 재판을 참관하였는데, 법원 통역인이 아랍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C가 오히려 잘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도 하였다.

 

한국인 브로커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해서 C가 허위의 임대차계약인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하였으나,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래와 같이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위한 통합신청서를 제출할 당시에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을 하며 공장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위한 통합신청서는 그 대부분이 한글로 작성되어 있고, 실제 거주지만을 기재할 것을 안내하고 있지도 않다. 피고인이 공장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상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곳을 허위로 기재할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통합신청서에 첨부한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는 결국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심사함에 있어 실제 거주지를 소명하는 자료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피고인의 요청이 아니라 피고인의 고용자 측인 브로커가 편의를 위하여 일방적으로 허위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준 것일 수도 있다. 피고인은 출입국사무소에서 안내를 받고 브로커에게 하우스 컨트랙트가 필요하다고 말하였고, 이에 브로커는 허위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건네주고, 피고인은 위 계약서의 내용 그대로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피고인이 위 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별다른 관여를 한 것은 없다고 보이고, 피고인이 한글을 모르는 이상 브로커로부터 허위로 작성한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교부받더라고, 피고인이 위 계약서가 허위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과제

 

출입국관리법에서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위해 주소지를 기재하는 부분은 행정편의를 위한 것인데, 한글 및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으로서는 이를 어떻게 기재하여야 하는지 어떠한 증빙서류를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를 수가 있다. 출입국사무소의 자원봉사자 도움을 받아 자원봉사자가 한글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사안과 같이 외국인의 과실이 전혀 없음에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는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허위 문서를 작성한 한국인 브로커는 범칙금을 납부해서 형사처벌을 면하는데, 자력이 부족한 외국인들은 범칙금을 내지 못해 고발당하고 형사기소되어 적절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국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만약 유죄판결이 누적된다면 결국 체류자격에도 문제가 생겨 출국명령을 당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당 법무법인에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형사사건은 이외에도 1건을 더 수행한 것이 있었는데, 그 사건도 체류기간연장허가를 위한 신청서에 허위 주소지를 기재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인이 실수하기 쉬운 부분인데, 만약 이 부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어도 통합신청서에 경고 문구를 기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재판부가 지적한 바와 같이 통합신청서에서 실제 거주지만을 기재하라고 하지도 않았음에도 허위의 주소지를 기재하였다고 처벌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