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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법무부 면접조서 조작사건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인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법무부 면접조서 조작사건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인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지난 2024. 4. 12. 대법원은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의 피해자가 2023. 12. 22. 원고 패소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한 사건에 대하여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10-3부(재판장 이상아)의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의 책임을 부정한 위법한 판결을 심리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확정한 법원의 무책임함을 규탄한다.

 

난민면접 조작사건은 한국의 난민법 시행 이후 발생하였던 희대의 인권침해 사건이다. 2017년 10월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처음 위법함이 수면 위에 올랐고, 이에 대하여 법무부에서도 2018년 9월 직권조사를 진행하였으며, 2019년 10월 가해 공무원에 대해 징계조치하였다. 2020년 2월 아랍어로 난민면접이 진행되었던 약 2천여 명으로 추산되는 난민신청자를 대상으로 전면 재심사 방침이 시행되었고, 2020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침해를 인정하며 제도개선 권고를 하였다. 밀실에서 발생해 은폐하기 급급하였던 사건이 피해 당사자들과 시민사회의 수년간의 문제제기를 통해 위법성이 드러나고 확인되어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2021. 12. 3. 약 3년 간의 기다림 끝에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 그리고 국가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던 1심 판결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렸다.

 

지난 2023. 12. 5. 선고된 항소심 판결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들을 궤변처럼 늘어놓고 있다. 법원은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에게 허위 난민면접조서 작성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원고가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데도 자신의 난민신청사유가 난민면접조서에 정확히 통역되어 기재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거나, “난민신청자는 난민신청을 함으로써 국내에 체류 및 취업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정한 난민인정사유가 있더라도 최초 난민신청단계에서 난민면접에 충실히 임하기 보다 이후 불복절차에서 자세한 진술과 증거자료를 제출할 유인이 있다”거나, “사건 당시에 취업 또는 경제적 목적의 난민신청의 사례가 많다는 점에 대해 공무원들 사이에 공통적인 문제의식이 있었다”는 등 편견과 억측에 불과한 말도 안 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앞서 2017년 이미 허위통역 내지 허위기재에 대하여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에 대하여는 ‘해당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전혀 관련 없는 이유를 들며 배척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법무부의 책임에 주목하여 제도개선 권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의 책임을 부인하는 근거로 사용하였다.

 

한편, 항소심 판결은 가해 공무원에 대하여 “난민면접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위법행위의 존재는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이것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인한 행위에 더 가깝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 가해공무원이 당시 난민심사관 등 책임자가 아니었고, 결제권자가 지휘 감독의무를 해태한 점, 당시 신속심사 지시로 인한 업무량의 과도한 증가, 면접관 및 통역인 부족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고, 오히려 가해 공무원은 신속한 업무처리가 성실한 직무수행으로 인정돼 표창장을 받았던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난민신청자의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여 난민면접조서에 충실히 기재하여야 하는 면접 담당 공무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무시하고 당시 법무부가 무리하게 강행하였던 위법한 신속심사 지시에 부응하여 실적을 올리는 데에만 최선을 다하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위법하게 난민신청자들의 면접조서를 조작한 행위에 대하여 ‘그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았을 때 불가피하였다’며 가해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는 조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은 자신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재판이 끝날때까지도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 공무원은 재판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하여 위법하게 다른 난민신청자들의 출입국 관련 정보까지 유출해 재판에 유리한 자료로 제출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난민혐오의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난민면접조작사건의 피해자는 이미 힘든 과정을 거쳐 난민인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판과정에서 다시 한번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 측과 그 대리인에 의해 ‘가짜 난민’이라는 취급을 당해야만 했다. 그 괴롭고 지난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난민면접조작사건에 대해 국가와 가해자들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2차 가해를 견뎌가며 재판과정에 임했다. 1심 법원은 원고 및 원고와 동일하게 면접이 조작되었던 여러 피해자들의 증언에 대해 높은 증거가치를 부여해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 국가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었음에도 항소심 법원은 가해 공무원과 통역인 측의 주장을 그대로 판결문에 옮기며 손쉽게 1심판결을 뒤집어 버렸고, 대법원은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도 않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였다.

‘난민면접조작’이라는 범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비위행위에 대하여조차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제2의, 제3의 난민면접조작사건은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법원의 위법한 판결로 인하여 한국의 난민심사제도의 투명성과 전문성, 공정성 확보는 더욱더 요원해졌다. 행정기관과 소속 공무원 등의 위법행위를 통제하고 피해받은 개인을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구제해야 함에도 편견에 기초해 잘못된 판결을 내리고 이를 다시 돌아볼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법원의 무책임한 행태를 규탄한다.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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