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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기고] 외국인보호소에서

 

※ 난민인권센터에서는 한국사회 난민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고자 참여작가를 모시고 있습니다. 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refucenter@gmail.com

※ 본 게시물은 한국 거주 난민의 기고글로 난민인권센터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문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난민인권센터와 저자의 허가 없이 무단 편집, 사용이 불가합니다. 

 

 

자말

 

인생을 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내 경우에는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6개월의 시간이 그랬다. 정말이지 이 경험은 내 삶의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다.  

 

나는 작년에 외국인보호소에 가게 되었다. 쇠창살 안에 갇히고, 푸른색의 상•하의를 받았다. 그제야 내가 구금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마치 ‘범죄자’ 가 된 것 같았다. 이불과 베개를 받고 감방으로 들어가자 방의 한구석에 남아있던 자리가 내 차지가 되었는데 화장실 바로 앞 자리여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감옥 안에서는 인간 본성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감방 안에서는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몇 있다. 그들은 언제나 남들을 놀리고 비웃고 모욕적인 말을 했다. 하루는 그중 몇몇이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방글라데시 출신이라 대답했지만, 그 사람들은 방글라데시를 몰랐다. 인도 옆에 있는 나라라고 설명하니 살면서 방글라데시라는 나라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면서 낄낄대고 웃었다. 그들은 또 내가 언제 한국에 왔는지, 비자 종류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나는 한국에 온 지 이제 일 년이 되었고 난민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내가 난민이라는 것을 듣자 그 사람들은 나를 드러내놓고 무시했다. 그들에게 난민은 나라가 없거나, 나라가 있더라도 그곳에서 살 수 없는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을 뜻했다. 그들은 갖가지 언어로 나를 모욕하며 내게 그 말의 뜻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수없이 모욕을 당하면서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감옥에 갇힌 동시에 수감자로부터 정신적 고문을 당한 것이다.

 

ⓒ Refugee art project

밤에 자려고 누우면 옆자리 사람이 코를 지독히 골아대는 통에 한순간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해 불만을 터뜨리자 그 남자는 욕을 해댔다. 그리고 그 남자의 무리가 나를 에워싸 욕하고 비웃었다. 정말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 무리는 감방 안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감방 청소는 나머지 몇 사람의 몫이었다. 기분이 울적할 때면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그들이 텔레비전을 독차지하고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만 봤다. 나는 한 번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정신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보호소 안에서 방글라데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무리를 포함한 다른 수감자들이 우리 감방을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야 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새로운 수감자 앞에서 나의 정체를 바꿨다. 사람들이 보호소에 오게 된 이유를 물어봤을 때, 나는 사람을 죽여서 오게 되었다고 답했다. 내가 살인자라고 말하자 새로운 수감자들은 나를 두려워했다. 나의 눈치를 보려고 했고, 음식도 많이 갖다 주었다. 텔레비전을 볼 때는 내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모두가 따라서 봤다. 감방 청소를 할 때는 내가 모두의 역할을 정하고 함께 일을 했다. 이후로는 보호소 안에서 지내는 동안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이 경험은 내 인생의 극단적이고 특별한 사건이었다. 비록 내가 억울하게 수감된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번역 : 편세정

감수 : 고은지, 구소연

 

 

* 원문보러가기 : https://nancen.org/1965

* 이 글의 저작권은 난민인권센터에 있으며 비영리목적으로 인용시에도 출처와 작성자를 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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