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2. 안녕하세요, 김규환입니다.

 

박상기 장관님께.

 

지난 2월 3일 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에 해당하는 슈퍼볼 대회에 캐나다 최대 노조인 유니포(Unifor)는 GM의 공장 폐쇄를 비난하는 32초짜리 광고 만듭니다.

 

광고는 “무엇이 우리를 캐나다인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어려움에 처한 친구나 이웃을 지원하는 것,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 행동이 바로 캐나다인의 정체성“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는 GM에 약 12조원의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만에 GM은 공장 폐쇄로 자금 지원에 대한 캐나다의 손길에 답을 했습니다.

 

광고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GM, 너희는 우리의 은혜를 잊어버렸겠지만,

우리는 결코 너희의 탐욕을 잊지 않겠다“

 

하나의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이른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라고 불리워지던 당시 우리 사회의 민낯에 대한 장면들입니다. 몇 가지 단어들로 정리 하면 이렇습니다. 난민혐오, 이슬람혐오, 세금낭비, 자국민우선... 그리고 그 더러운 혐오를 자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몇몇 얼굴들이 하나하나 스쳤습니다.

 

“난민법을 폐지함으로써 난민인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난민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제안이유를 댔습니다. 난민법 폐지와 동시에 다른 법에서도 ‘난민’이 들어간 조항을 삭제하자는 제안으로 대표발의 중입니다. 장관님도 아시겠지만 난민협약 가입 142개국 중 난민 협약을 탈퇴한 국가는 단 한곳도 없습니다. 어쩌면 최초의 탈퇴국이라는 영광이 대한민국이 될지도 모릅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이런 발언도 했습니다. “난민협약이 난민신청자를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난민협약은 누굴 보호하기 위한 협약일까요? 인종차별과 혐오에 쩔어 살면서도 월드컵도 올림픽도 아시안게임도 개최하고 싶은 인지부조화 된 자아분열자들을 위한 보호책일까요?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난민 심사를 위한 사전 난민심사를 하겠다는 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심사를 위한 사전 심사를 만들겠다는 발상. 턱없이 부족한 난민심사 인력과 구조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입법 발의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역시 “자국민 중심주의 중요, 난민 반대한다.“라면서 개악에 열일 중입니다.

 

지난해 있었던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폭행 사건을 기억 하실겁니다. 불법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해명도 유학생인지 몰랐다는 해명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후속 기사를 찾아보니 관련자 전원 불기소처분을 받았습니다. 장관님 요즘은요 길고양이 떠돌이 개를 때려도 처벌받는 세상입니다.

 

최근에 법무부가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내용에 대해선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한번 상기시켜드리겠습니다. 난민심사 전 난민심사제도로 신청 장벽을 높이고, 강제송환은 더 쉽고 간단하게 하는 출입국관리법을 동시에 개악 추진. 또한 난민신청 접수 장소를 대폭으로 축소, 출국하면 신청 철회로 간주, 면접 2회 불출석 시 난민신청 철회로 간주하는 등 신청 절차를 더 불편하게 하는 일련의 개악입니다. 지금이 박근혜 정부인지 문재인정부인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는 이런 식의 개악은 없었습니다. 또한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발의국의 영예와 대표발의자는 전 새누리당 5선의원인 황우여 전의원있습니다.

 

법이라는 한자의 해제를 보면 논이나 밭에 물길을 내고 이어주는 것이라 배운 기억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입법부와 사법부가 진행하는 법 개정은 한마디로 개악입니다.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법정신일 수 없습니다.

 

장관님 올해는 우리가 자주민이고 독립국인입을 선언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난민들은 여러 형태의 차별과 외압으로부터 자주민으로 독립을 선언한 사람들입니다. 100년 전에도 우리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대한민국인이 아니 다른 나라의 이웃 시민들이 우리의 독립을 위해 우리를 보호하고 함께 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식민지 시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전쟁 당시 기꺼이 남의 나라 전쟁에 참전했던 또 피난의 행렬에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던 다른 나라 이웃시민들을 생각합니다.

 

지난 한해 우리가 국제 사회로부터 이웃나라 시민들로부터 받았던 답변을 기억 하고 계신지요?

 

대한민국 너희는 우리의 은혜를 잊었겠지만

우리는 너희의 탐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장관님께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대한민국인으로 만들고 있습니까?

 

무엇이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주민이고 독립국인임을 증명하고

같은 이유로 싸우는 이들과의 보호와 연대를 통해

우리 역시 그 과정을 거쳐 당당하게 여기 서 당신들의 손을 잡겠다고

말 할 수 있습니까?

 

 

 

이천십구년사월구일

난민법 개악에 반대하는

난민들과 더불어 살고 싶은

시민 김규환 배상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난민인권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