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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면접조작사건을 통해 확인한 난민심사절차 문제점과 과제

이 글은 <공익과 인권> 제20호(2020)에 난센활동가가 기고한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을 통해 확인한 한국 난민심사 제도운영의 문제점과 사건 문제제기 과정의 기록" 활동후기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위 원고를 함께 첨부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nuhumanrights.tistory.com/298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을 통해 확인한 한국 난민심사 제도운영의 문제점과 사건 문제제기 과정의 기록 - 김연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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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은 처음에는 특정 통역인이 허위로 통역을 진행한 사건인 양 문제제기가 되었지만, 사건의 전말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난민법」에 위배되는 신속심사를 지시하고, 이를 무리하게 이행하며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임이 드러났다. 또한 난민심사과정에서 난민심사 녹음·녹화, 변호사 조력 등 난민신청자의 권리보장 방안이 미흡한 문제,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자격요건과 책임의 문제, 난민전문통역인의 부실한 선발 및 교육과정의 문제, 난민심사의 인적·물적 역량이 부족한 문제, 난민면접조서∙난민불인정사유서 등 난민심사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서가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문제 등 난민심사과정 전반의 전문성∙공정성∙투명성 결여가 여실히 반영되어 나타난 사건이었다. 난민법은 제2장에서 ‘난민인정 신청과 심사 등’이라는 표제 하에 난민인정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어 난민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고자 난민심사관 및 난민전문통역인의 자격요건 및 업무의 수행방식 등을 법령에 규정하고, 난민신청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난민면접을 녹음·녹화하도록 했다. 또한 난민신청자에 대한 공무원의 협조의무를 강화하며, 난민신청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마련되었다. 이와 같이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졌음에도 ‘난민 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은 난민법상의 위 규정들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난민심사 공무원의 확보와 전문성, 책임성 강화의 문제

 

난민심사 인력 부족의 문제

2011년 이후 난민신청의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예멘 난민이 한국에 입국한 2018년에는 처음으로 난민신청의 건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2019. 12. 31.기준 난민신청의 누적 건수는 64,358건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신청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하여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난민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난민신청 건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었고, 이는 고스란히 충실하지 못한 심사와 심각한 심사 적체의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난민심사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개선 없이 몇 년간 제자리걸음이었다. 법무부는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신청자의 증가와 난민심사 적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민심사의 인력과 그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나 난민법상 근거 없는 ‘신속심사 대상자 유형’을 광범위하게 정하여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사실상 부실한 심사를 강요하는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이를 무리하게 시행하는 과정에서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난민심사 공무원의 자격요건과 책임의 문제
난민법 제8조 제4항에서는 “법무부장관은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에 면접과 사실조사 등을 전담하는 난민심사관을 둔다. 난민심사관의 자격과 업무수행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난민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0278호, 일부개정 2019. 12. 31., 시행 2019. 12. 31.) 제6조에서는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출입국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5급 이상의 공무원으로서 ① 난민 관련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하였거나, ②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난민심사관 교육과정을 마쳤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난민심사를 전담하는 심사관의 자격요건을 정하고 있는 난민법의 유일한 규정인데, 기본적으로 출입국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5급 이상의 자격을 갖춘 공무원일 것을 전제로 하면서 나아가 난민업무에 관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2년 이상 난민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경력이 없을 경우에는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취지이다. 이는 난민심사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요건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난민심사 인력이 대거 충원된 2019년에도 1차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급수별 인원 정보공개결과에 따르면 5급 이상의 공무원은 전국적으로 4명에 불과하며, 난민심사를 진행하는 사무소 가운데 서울, 부산, 인천, 제주에만 난민법에서 정하는 난민심사관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즉, 1차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 대부분이 난민법에서 정하는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위 통계상의 ‘1차 심사 담당자’는 1차 심사 인력의 총 인원으로 난민심사관과 난민접수 및 송무를 수행하는 인원으로 나뉘는데, 난민심사관 이외의 ‘1차 심사 담당자’의 자격요건에 대해서는 난민법령 등 어디에서도 정하고 있는 바가 없다.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 피해사례 대부분의 면접조사를 담당했던 공무원 역시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2019년 8월 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법무부가 2015년 9월 난민심사전담 T/F를 운영하면서 신속심사를 지시한 지침과 관련해 당시 공익법무관이 난민법상 자격 없이 난민심사에 투입되었음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기도 하였다.

5급 이상의 직급이 요구되는 난민심사관의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서울, 부산, 인천,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을 제외하고는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거점사무소에 단 한 명의 난민심사관도 없는 상황에서 난민심사관의 제대로 된 난민면접 관리∙감독 및 난민심사 전담(총괄)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그리고 실제 면접조사를 진행하는 1차 심사 담당자에 대하여 난민법령에서 아무런 자격요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심각한 제도적 결함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난민면접의 과정을 살펴보면 밀폐되어 있는 공간에서 난민면접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전반적인 진행을 도맡아 통역인을 거쳐 난민신청자에게 질의∙응답을 하고, 면접조사 마무리까지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면접조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난민심사관 등 다른 공무원이 감시를 하거나 관리 및 감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의 사례와 같이 난민면접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면접조사에 대해 전권을 휘둘러 권한을 남용하거나 제대로 면접조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이를 확인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고, 심사의 공정성 및 전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난민면접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과 동시에 난민심사관의 역할을 강화하여 난민심사의 책임성을 담보하여야 한다.

 

문제제기를 통한 난민업무 전문 인력 보강 및 교육 강화
2018. 9. 6. 자 설명자료를 통하여 법무부는 난민심사 인력을 충원할 계획임을 밝혔고, 이에 따라 2019. 1.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난민분야 전문가(전문임기제 다급)를 신규 채용하는 공고를 내어 2019. 4. 난민심사 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8명 충원하였다. 그리고 2019. 7. 23. 자 기관소식에서 향후 7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위에서 표로 제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1차 심사 담당자는 2018년도 38명이었던 것과 대비하여 2019. 12. 31. 기준 총 65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난민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한 난민심사관의 인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 부산, 인천, 제주 출입국 각 1명에 불과하고, 그 밖의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거점사무소에는 아예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가진 전담인력이 부재하여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다만, 법무부는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설명자료를 통하여 법무부는 “2018년 1월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와 공동으로 난민전담공무원의 직무교육을 운영하고 있고, 2019. 7. 23. 자 기관소식을 통해 2019년 4월부터 역량강화 교육 이수를 의무화 하여 난민심사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난민심사 담당 공무원의 교육진행내역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전국 난민전담공무원을 대상으로 8회의 집합교육을 실시하였고, 난민관련 온라인 교육과 국외 단기연수 등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내용과 참가인원은 아래와 같다. 또한 난민신청자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부여하고, 난민심사에 필수적인 질문이 누락되지 않도록 2019년 10월까지 기존 난민업무 관련 법령, 지침, 편람 등을 보완/편집한 세부 심사매뉴얼을 제작할 계획임을 약속했다.

 

법무부가 난민분야 전문가 인력으로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등 난민심사 담당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1차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이수를 의무화 하는 등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만 총 8회에 불과한 집합교육이 난민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되며, 교육 참가인원이 난민전담공무원 총인원수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서 ‘교육이수 의무화’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난민신청 건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난민심사 담당 인력은 향후 지속적인 보강이 필요하며, 난민법에 규정된 난민심사관을 충원하여 난민심사의 책임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1차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1차 심사 담당자)의 자격요건, 전문성, 윤리성 등을 검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역시 양적·질적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난민전문통역인의 선발 및 교육과정

 

난민전문통역인 선발 시스템 구축 및 인력확보를 위한 노력의 부재
난민신청자의 진술은 난민인정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과 진술의 신뢰성 및 일관성 판단을 위하여 정확한 통역은 필수 요소다. 따라서 통역 제공 여부와 통역의 질은 난민지위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난민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서는 “법무부장관은 외국어에 능통하고 난민통역 업무 수행에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으로 하여금 난민신청자 면접 과정에서 통역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에 대해 ‘난민전문통역인’ 자격을 부여하여 난민심사에서 통역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오랫동안 난민인정절차 상 통역을 포함한 의사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미비는 국내 난민절차에서 심각한 문제로 간주되었음에도 그간 난민전문통역인을 양성하고 선발하여 다양한 언어의 통역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었고, 통역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가 미비했다. 난민전문통역인의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난민전문통역인 자격인정 혹은 적합성 인정을 위한 세부적인 교육과정 수립과 평가 및 검정이 선결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난민전문통역인에게 요구되는 통역능력, 난민전문통역인의 선발기준 및 선발방식 등에 대해서 아무런 기준을 두고 있지 않았다.

 

통역인 교육의 부재
또한 난민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서 난민전문통역인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시행령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육과정”에 관하여 하위 법령에 아무런 세부규정이 없고 난민전문통역인 활동을 위한 교육예산 역시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매년 통역인 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

 

난민면접 조작사건 통역인의 자격요건 및 책임의 문제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의 피해사례 대부분의 통역을 맡았던 통역인은 아랍어를 학부에서 이중전공한 것에 불과하고, 기타 관련 경력 등이 없음에도 난민전문통역인으로 위촉되어 면접을 진행하였다. 통역의 정확성과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난민전문통역인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수백 명의 난민면접에 통역인으로 참여하면서 수당을 받았고,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에 적극가담 또는 방조하였지만 이후 징계 등 책임을 부담하지도 않았다. 법무부는 2018. 9. 6. 자 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아랍어권 난민신청자가 급증한 반면, 기존의 난민전문통역인 풀(pool)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통역인은 대학에서 아랍어를 이중전공으로 이수하였고, ’13. 11월 재단법인 동천과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이화여대 통역 번역 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한 「난민 법률지원 통역인 교육」프로그램을 수료(30시간)하여 난민통역인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난민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따라 난민전문통역인이 없거나 긴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난민신청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통역에 대한 사전교육을 실시한 후 통역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 해당 통역인은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아랍권 난민신청자의 통역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법무부에서 말하는 긴박하고 예외적인 상황이라 할 수 없으며 난민심사에서 통역인 역할의 중요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무부에서 통역인의 선발과 관리책임을 해태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제기를 통한 난민전문통역인 선발 및 교육 진행
2018. 9. 6. 자 설명자료를 통하여 법무부는 2018년 4월부터 난민전문통역인 풀을 재정비 하고, 난민통역 보수교육을 의무화하였음을 밝혔다. 아울러 2019. 7. 23. 자 기관소식에서는 2019년 4월 불어 1명, 아랍어 1명의 난민전문 통역인을 추가로 채용하여 2019년 6월 기준 총 24개 언어의 난민전문통역인 173명을 위촉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외대 연구산학협력단에서 법무부 연구용역으로 2019년 4월부터 「난민전문통역인 자격검증 및 난민통역 품질관리 방안 연구」를 진행하였다. 2019. 12. 3. 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10월 위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에 따라 전국 난민심사 거점사무소 난민심사 담당직원 간담회를 실시하여 난민통역인 역량별 효율적인 운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고, 2019년 12월에는 연구 용역 결과 교육 등이 필요한 난민통역인 등에 대해서 보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2020년에도 난민통역 품질평가 및 보수교육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2019년 기준 난민전문통역인 수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2019년 기준 24개 언어 총 173명이 위촉되어 있고, 언어별 세부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다만, 난민전문통역인이 개별 사무소에 상주하고 있지는 않고, 난민면접 등 통역수요가 있는 때 각 사무소에 내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이다. 아울러 2019년 난민전문통역인 교육은 2019. 12. 20.에 통역실습, 통역기술, 통역인 윤리를 주제로 1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역인 교육 필요성 및 예산확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촉구와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의 문제제기를 통해 매년 난민전문통역비 항목의 예산은 소폭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법무부가 난민전문통역인을 관리하고, 보수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과 같은 난민면접과정의 인권침해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난민전문통역인의 전문성·윤리성·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난민면접과정에서 난민전문통역인의 독립성 및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지위가 보장되어야 하는 한편, 통역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난민전문통역인에 대한 (재)위촉기준을 강화하고, 꾸준한 보수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난민전문통역인 교육 등을 위한 관련 예산의 확충 및 다양한 소수 언어의 난민전문통역인을 발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난민면접 녹음·녹화 제도

 

난민면접 녹음·녹화 제도 시행 현황
난민법 제8조 제3항에서는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면접과정을 녹음 또는 녹화할 수 있다. 다만,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녹음 또는 녹화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난민신청자에 대한 면접과정의 녹음 또는 녹화를 의무화 하고 있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면접과정은 난민지위 인정여부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난민면접과정에서 난민신청자의 진술의 정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된 규정이다. 그러나 법에서는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면접과정을 녹음 또는 녹화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난민신청자에게 녹음 또는 녹화를 요청할 수 있다는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왔다.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내용에 따르면 2015년 면접과정 중 영상녹화 실시 건수는 총 521건, 2016년은 총 335건, 2017년은 총 818건으로, (2018년 면접과정 중 영상녹화 실시 건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는 보유·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되었다) 난민면접 녹화제도가 실제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 2017년까지 매년 녹음녹화의 활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난민심사건수에 비해 녹음녹화가 진행된 건수는 현저히 적은 실정이었다.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의 피해사례 역시 단 1건도 녹음 또는 녹화를 한 사례가 없었다.

 

문제제기를 통한 난민면접 녹음·녹화 전면실시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현행 난민법 제8조 제3항에서는 난민신청자의 요청에 따른 녹음 또는 녹화를 의무화하고, 요청이 없더라도 재량으로 녹음 또는 녹화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난민신청자에게 위의 권리가 제대로 고지되지 않음에 따라 대부분의 난민면접이 녹음 또는 녹화가 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2018. 9. 6. 자 설명자료를 통해 2018년 7월부터 난민신청자 본인이 원치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접과정을 전면적으로 녹음∙녹화 하여 난민면접의 정확성을 확보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실제로도 난민면접 시작 시에 녹음∙녹화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고지하였다는 점을 면접조서에 “면접 녹화 고지 필” 등의 형태로 기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9년 사무소별 영상녹화 실시 현황 공개자료에 따르면 면접 영상녹화가 대부분의 난민면접에서 실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상녹화 파일 공개 제한의 문제
난민면접에 대한 영상녹화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난민신청자가 동의하지 않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의무적으로 난민면접에 대한 영상녹화를 시행하게 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다만 법무부는 내부 난민심사업무처리지침(비공개 지침)에 의거해 열람까지는 가능하지만 영상녹화 기록을 파일로는 공유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난민면접 영상녹화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통역인 및 조력자를 선임하여 출입국이 지정한 날짜에 출입국 내부의 지정된 장소에 출석하여 열람할 수밖에 없는 등 많은 한계를 가진다. 2019년 영상녹화 기록 열람신청 및 허가 건수에 관한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난민면접 영상녹화 전면실시로 대부분의 난민신청에 대한 영상녹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녹화 열람신청 및 허가 건수는 전국 사무소 기준으로 2건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녹화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권리구제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통역인, 변호사 등 조력인과 함께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난민면접 영상녹화의 의무화가 실질적으로 당사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난민신청자가 필요로 하는 경우에 난민면접 영상녹화 기록 파일을 교부 받고 이를 자신의 권리구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 지침을 바꿔야 하는 개선과제가 남아 있다.

 

변호사조력권 및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

 

난민법 제12조에서는 “난민신청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확인하고 있고, 같은 법 제13조에서는 “난민심사관은 난민신청자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면접의 공정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신뢰관계 있는 사람의 동석을 허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난민신청자는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난민심사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진술을 충분히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난민신청과 심사진행 과정, 특히 난민면접 과정에서 법률대리인 또는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난민신청자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마련된 규정이다.

 

그러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는 법에 이를 선언하는 차원의 법조문 하나만 있을 뿐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소송구조나 국선변호사제도와 같은 제도가 없어서, 실제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변호사 조력 없이 난민신청 과정을 혼자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신뢰관계 있는 사람을 난민면접에 동석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 전혀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설사 신뢰관계 있는 사람으로서 동석신청을 하여도 많은 경우 허용되지 않고 있다.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의 피해사례에 대해서도 단 한건도 변호사의 조력이나 신뢰관계 있는 사람의 동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민심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거나, 난민면접에 신뢰관계인이 동석할 수 있는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었을 경우, 심사를 조작하거나 부실하게 진행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과 같은 인권침해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과정에서의 조력이 잘 뒷받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개선된 바가 없는 상황이다.

 

난민심사 및 결과 통지의 통·번역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난민면접조서와 난민불인정사유서에 적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자신의 난민면접이 조작되었고, 면접조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민면접조서와 난민불인정사유서는 한국어로만 기재되어 있고, 아무런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난민면접조서와 난민불인정사유서는 난민신청자의 난민인정신청에 대한 심사결정이 적법·타당하였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초자료로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불복과정에서 난민신청자의 방어권 보장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민신청자가 아무런 조력을 받지 못하고 난민신청절차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권리보장에 직결되는 문서에 대한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음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자신이 왜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았는지에 대해 그 사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을 통지 받고 있고,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해 추가적인 반박이나 소명 없이 기계적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자신의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오류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면접 당시 통역인이 확인해 주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정확성을 달리 검증할 길이 없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자신의 면접조서와 난민불인정사유서에 적혀 있어도 이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기초적인 문서에 대한 통번역 제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심사기관의 의무에 대해 오랜 기간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이번 사건을 통해 이러한 의무의 해태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난민면접조서 및 난민불인정사유서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의 미제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정 난민신청자에 대한 편견과 난민심사 기회의 제한

 

2018년 9월 7일자 JTBC 기자 정보공개청구 자료 및 2019년 8월 7일자 “[단독] “공익법무관이 난민 면접” 위법 앞장선 법무부… 사실조사도 생략 “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드러난 신속심사 대상자는 다음과 같았다.

지침상의 신속심사 대상자 유형 ① 거짓 서류 및 거짓 진술자, ② 남용적 재신청자(3심 종료 등 최종 기각 판결을 받은 자, 재신청이 협약상 난민신청 사유가 아닌 자, 1차 불인정, 이의신청 기각 후 최초 신청과 비교하여 사정변경이 미흡한 자), ③ 1년 이상 체류 후 체류기간 만료 임박 신청자(E-9 등), ④ 강제퇴거 집행 지연 목적 신청자, ⑤ 협약상 사유가 아닌 신청(토지 분쟁 등 사인간의 박해), ⑥ 족장승계, 컬트, ⑦ 본국에서 비정치적 중범죄자

한편,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의 피해사례의 대부분은 ①번 유형인 “거짓 서류 및 거짓 진술자”로 분류되어 신속심사 대상자 유형으로 포함된 사례들이었는데, 실제 피해사례들에서는 난민신청자가 거짓 서류를 제출했다거나 거짓 진술을 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법적 근거 없이 지침을 통해 신속심사를 지시할 대상자 유형을 정해놓았다는 것 자체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난민법상의 난민요건에 따라 심사해야 할 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것이며, 특정한 난민신청자 유형에 대한 법무부 및 심사기관의 편견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부실심사를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지시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보고하도록 행위는 예단 없이 심사해야 할 심사관에게 오히려 특정 분류 난민신청자에 대한 편견과 예단을 조장하는 것으로 심각한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

 

위 지침에서 법무부는 신속심사 대상자의 분류가 마치 난민법 제8조 제5항에 근거한 것으로 기재하고 있지만, 난민법 제8조 제5항에서 심사 절차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는 난민신청자의 경우는 1. 거짓 서류의 제출이나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 2.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또는 제22조에 따라 난민인정이 취소된 사람이 중대한 사정의 변경 없이 다시 난민인정을 신청한 경우, 3. 대한민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체류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하거나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이 그 집행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로 위 지침에서 분류하고 있는 신속심사 대상자는 난민법 제8조 제5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것 외의 다양한 신청사유를 포함하고 있다. 지침상 대상자 유형 중 ②번의 남용적 재신청자로 분류하고 있는 신청자 유형은 과도하게 포괄적이며, ⑤번에서는 협약상 사유가 아닌 신청의 예시로 ‘토지 분쟁 등 사인간의 박해’를 들고 있으나 이 토지분쟁을 포함한 사인간의 박해 역시 경우에 따라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난민법상 5가지 사유와 관련이 있고, 국가가 개입하여 사인의 박해로부터 신청인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협약 요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협약상 사유가 아닌 신청으로 볼 법적 근거가 없다. 또한 ⑥번으로 열거하고 있는 ‘족장승계, 컬트(가입거부)’는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또는 ‘종교’ 등을 이유로 하는 전통적이고, 유형화된 난민사유 중 하나이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기 어렵기 때문에 면밀한 심사를 통한 난민신청자 진술의 신빙성 평가가 특히 중요함에도, 오히려 신속심사 대상자로 분류하여 심사절차를 생략하고 사실상 난민불인정결정을 유도하는 것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난민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그런데 법무부는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더 이상 이와 같은 신속심사 지침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이번에는 특정 시점부터 체류 지침을 엄격하게 강화하더니 ②번과 ③번 유형의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난민신청자로서의 체류자격을 박탈하거나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여, 체류자격이 없는 상태로 난민심사를 받도록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것 역시 난민법 및 출입국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명확한 법적근거가 없는 자의적 행정권한 남용에 해당한다.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 당시 신속심사 지침, 그리고 현재 체류제한 지침의 운영 등 특정 난민신청자를 유형화하여 난민심사에 접근하는 단계에서부터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명확한 법적근거 없이 과도하게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나가며

난민심사 공무원 일부 충원, 난민면접 녹음·녹화 의무화, 난민통역인 검증 시스템 강화 등 일부 제도적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난민심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아무런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고, 난민신청서나 난민불인정 사유서 등 기본문서에 대한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신청자 등에 대한 체류 제한을 가하는 등 법무부의 편견에 기반해 특정 난민신청자를 유형화해서 난민심사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또 다른 지침이 운영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난민신청자의 인권은 침해되고 있다. 제2의 '난민면접 조작(허위작성)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결국 공정하고 충실한 난민심사가 진행되고, 난민인정절차에서 난민신청자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도록 향후 지속적인 난민심사 제도의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

 

김연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