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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한국의 난민법은 어떻게 가고 있을까

한국은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대한 비준서를 기탁, 난민협약이 1993년 3월 3일, 난민의정서가 1992년 12월 3일에 각각 발효되면서 협약상의 난민보호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1993년 12월 10일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심사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였고, 1994년 7월 1일부터 난민심사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국경관리, 외국인의 체류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안에서 난민의 인권이라는 가치는 제대로 발현될 수 없다는 한계가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에서 계속해서 지적되었다. 한국이 난민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난민인정 절차의 신속성, 투명성, 공정성에 대하여 국내외적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왔으며, 난민신청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봉쇄되어 있고, 난민인정을 받은 자의 경우에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등 난민 등의 처우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①.

 

<출처: 피난처>

2004년 거의 유일한 난민지원단체였던 사단법인 피난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로 ‘국내 외국인난민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면서 ‘난민인정과 처우에 관한 법률’ 제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황우여의원이 당시 대표로 있었던 국회인권포럼에서 ‘한국의 난민실태와 난민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 중심으로 2006년부터 난민활동가와 변호사들이 난민지원네트워크 월례모임②을 꾸려 난민법 제정안을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난민법 제정운동을 추진하였다. 법무부도 당시 난민실을 중심으로 2005년 9월 난민법제∙개정위원회를 만들어 난민법 안을 만들었고, 이는 난민법 초안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09년 입법청원을 하였고, 같은 해 5. 25. 황우여 의원이 대표로 국회에 발의하였다. 그리고 약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실 방문, 전문위원과 발의 의원실 보좌관들과의 면담, 대한변호사협회를 통한 의견개진, 대표발의자인 황우여 의원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난민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 등의 노력과 상황으로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2012년 2월 10일 독립된 인권법으로서의 난민법이 제정되었다③.

 

<출처: 중앙일보>

당시 법무부는 “난민인정과 처우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시행하는 것은 난민협약에 가입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최초”라고 설명하며 난민법 제정을 대내외적으로 큰 업적으로 여기고 홍보하였다. 2013년 6월 법무부에 난민과가 신설되었고, 7월에 난민법이 시행되었으며, 9월에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완공하였고, 10월에는 한국이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④. 한편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정된 난민법은 제정 과정에서 타협과 협상을 통해 처음 시민사회에서 마련한 법안에서 많은 부분 수정이 되었고, 시민사회에서는 제정 당시부터 이와 같은 수정안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지적하였다⑤. 대표적으로 출입국항 난민신청에 관한 조항(난민법 제6조), 간이절차 규정(난민법 제8조 제5항), 인도적체류자와 난민신청자 처우 규정 미비(난민법 제39조- 제44조) 등이었고, 실제로 이와 같은 우려는 난민법 시행 후 거의 바로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출처: 월간 워커스>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의 의사를 밝힌 경우 난민심사로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적격성 심사절차는 사실상 정식의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고, 이의신청 등 신속한 구제절차의 부재와 열악한 처우가 여러 사례를 통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또한 2014년부터 한국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에 대해 일률적으로 인도적체류자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인도적체류자의 불안정한 지위와 기초생활 보장이 전혀 되지 않는 처우의 문제점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국내 인도적체류허가 난민의 실태조사 보고서(2015),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보고서(2016) 등을 통해 사회에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려 2015년-2016년 사이 출입국항 제도를 개선하는 안, 인도적체류자 처우를 개선하는 안, 난민심사과정에서 당사자 권리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안 등의 난민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었다⑥. 이와 같은 난민법 개선의 움직임들은 2015년 말 정부의 테러방지법 제정과 통과에 시리아 난민이 이용되는 등 국가안보 프로파간다에 휩쓸려 통과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리고 난민법 시행 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예멘 난민 제주입국을 계기로 ‘난민’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사회적 여론을 명분삼아 일부 국회의원들은 난민법 폐지 내지는 개악의 카드를 들고 나섰다. 난민법 폐지안에서부터, 강제송환을 행정청의 재량 하에 용의하게 하는 안, 난민심사회부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안, 난민심사기간을 줄이자는 안, 난민인정자 처우 축소하고 난민신청자 생계비 및 교육보장 삭제하자는 안 등 자국민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기존의 난민법의 목적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후퇴시키는 여러 법안들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⑦.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그리고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법무부는 난민법 전면개정안의 입법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1) 재신청 등 일부 난민신청자에 대해 정식의 난민심사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적격성 심사를 거치게 하고 부적격결정을 받은 경우 불복기회를 제한하고 출국조치를 하는 것, 그리고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이라는 분류를 만들어 마찬가지로 불복의 기회를 제한하고 출국조치를 하는 것 등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과 2) 강제송환의 예외규정을 신설하여 일정한 경우 강제송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만드는 것, 3) 출석요구 2회 불응시 난민신청 철회를 간주하고, 난민심사 과정에 위변조, 허위서류 제출시 형사처벌의 근거규정을 신설하는 등 난민심사과정에서 난민신청자의 협조의무를 강조하고, 불이행시 당사자의 불이익으로 돌리거나 형사처벌 규정 등으로 규율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이다. 난민인정자의 사회적응 및 취업지원 근거규정 마련, 인도적체류자의 취업지원 근거규정 마련, 난민신청자의 취업허가 확대 등 처우에 있어서는 일부 개선된 안을 내놓고 있지만, 강제송환금지원칙과 공정하고 충실한 난민심사기회의 보장의 측면에서는 심각하게 우려가 되는 법안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법원 등 관계부처들에서도 정부의 난민법안에 대해 우려의 의견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출처: 국민일보>

사실 난민법 시행 이후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따라 난민신청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난민심사 적체가 심화되면서 법무부는 인적∙물적 인프라의 확충과 심사제도를 효율적으로 잘 갖추는 방안은 제쳐두고 이미 어떻게 하면 심사로의 유입을 막을 수 있을까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법무부는 2014년부터 문제가 제기된 2017년 초반까지 심사적체 해소TF를 운영하여 간이면접 대상자(난민법 제8조 제5항) 규정을 폭넓게 적용하여 난민인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대상을 자의적으로 구체화하여 신속심사를 지시하였다. 이 대상자에는 ‘족장승계, 컬트’ 등 대표적으로 난민사유에 해당하는 유형도 포함되어 있으며, 난민제도를 남용하였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대상자들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자의적으로 충실한 난민심사의 기회를 박탈하고 부실한 심사를 진행해왔다. 이것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난민신청자들의 난민면접조서가 조작되는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출처 : 동아일보>

그리고 이와 같은 심사적체 해소TF가 문제시되자 이번에는 탈법적으로 재신청자 등 일부 유형의 난민신청자에 대해 ‘남용적 난민신청자’라는 낙인을 붙여 법적인 체류자격을 박탈하고, 출국기한 유예 등 ‘사실상 쫓아내지는 않아서 체류가 가능한’ 형태의 비정상적인 체류를 하도록 하는 심각한 체류제한으로 난민신청자들에게 출국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의해 면접조서가 조작된 피해자도, 예멘 출신의 난민신청자도 모두 ‘재신청자’라는 이유만으로 ID카드를 빼앗기고 법적인 체류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심사를 대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같이 체류제한을 하고 출국명령을 내리는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법무부는 이와 같은 탈법적인 체류자격의 박탈과 심사기회의 제한을 법에 근거를 마련하여 자신들의 위법한 관행들을 ‘합법화’하려고 하고 있다. 난민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충실하고 공정한 심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은 방기한 채로 ‘신속’이라는 미명 하에 난민에 대해 문을 닫고, 열심히 쫓아내기 바쁜 출입국의 실무관행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

 

난민법은 어떻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난센은 정부와 정치권의 거대한 난민법 개악의 움직임을 막는 것을 올해의 의제로 삼아 바위에 계란치기 하는 심정으로 여러 작은 활동들을 펼쳐왔다. 난민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 여기며 함께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시민들이 직접 자기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 법무부장관에게 편지를 쓰는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난민신청은 권리다’ ‘국경 속의 국경세우기를 멈춰라’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예외는 없다’ ‘하자투성이 난민법 리콜’의 메세지를 알리고자 움직였고, 여러 강연 등의 기회에 참여하여 한국의 난민법과 난민현안을 공유하고 토론하였다. 이주인권단체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등 다양한 진영에서 난민법 개악반대 의제에 먼저 연대의 손을 내밀어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난민인권네트워크와 함께 정부와 국회와의 소통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사무국 활동가가 논의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점점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 주제를 이야기 하고, 또 연대와 지지의 힘을 보여주었다. 가까이 있는 지인들에게 연명을 받아서 우편봉투에 소중히 보내주시는 서명용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언젠가는 이 계란들의 힘이 바위를 가르고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의 난민법안은 추진은 아직 입법예고도 되지 않은 채 입안 당시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초라며 자랑스럽게 홍보했던 그 인권법으로서의 난민법이 계속해서 난민인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더 잘 담을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를 바란다.

 

 김연주 작성

 


 

① 난민법 제정이유
② 현재 난민인권네트워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호택, '난민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 김종철 김재원, '난민법 입법과정과 제정법의 의의 및 향후 과제'에서 재인용
④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축조식 난민법 해설’ 발간사
⑤ 김종철, 김재원 앞의 글 등
⑥ 원혜영 의원, 홍일표 의원, 홍익표 의원, 박명재 의원, 이자스민 의원 등 각 대표발의안 참고 
⑦ 조경태 의원, 이언주 의원, 김진태 의원, 강석호 의원, 송석준 의원, 함진규 의원 등 각 대표발의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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