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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21. 안녕하세요, 김세경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장관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김세경이라고 합니다. 난민법이 실질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바뀌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저는 작년에 미국 내 난민정착지원기관에서 약 8개월 동안 인턴십을 했었습니다. 제가 일했던 팀에서는 클라이언트(난민)가 미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90일 동안 주거, 의료 서비스, 사회복지 서비스, 취업지원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였습니다.

 

하루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한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클라이언트는 미군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특별 비자를 받아 비교적 쉽게 미국에 오게 된 사람이었고, 저는 마음 한 구석에 이 사람을 우리 기관에서 이렇게까지 도와주어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이 생각이 정말 안일하고 무지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폭격이 일어났다, 폭탄이 터졌다 라는 뉴스를 시도때도 없이 접하는 삶, 직접 폭격 소리를 듣는 삶, 친적이나 가족이 폭격으로 죽는 삶, 출근하며 가족들과 하는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는 삶, 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고 잘 알지 못하는 이 분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쉽게 판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이 분의 모습을 보며 반성하는 동시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난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터전을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기에 그곳을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 나라를 거치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때로는 가족과 헤어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삶을, 한국에 오기까지 그들의 여정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난민들이 새로운 곳,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많은 힘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난민들을 향해 더 열려있는 법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1일

김세경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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