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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난민기고] 한국정부에 요청합니다.



 ※ 난민인권센터에서는 한국사회 난민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고자 참여작가를 모시고 있습니다. 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refucenter@gmail.com

※ 본 게시물은 한국 거주 난민의 기고글로 난민인권센터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문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난민인권센터와 저자의 허가 없이 무단 편집, 사용이 불가합니다. 




한국정부에 요청합니다


글 : 베츠너트


저는 에티오피아인입니다. 한국에서 7년 동안 살았어요. 한국에서의 저의 생활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저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이 그렇게 부유한 나라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도착하고 나서 한국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한 세대 만에 나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감동했고 한국 사람들에 대해 높은 경외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한국인의 헌신과 인내를 매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저의 사랑하는 조국도 한국의 선례를 본받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나와 현 독재 정권을 진정한 민주주의국가로 탈바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기본적인 인권을 누리고 정치적 이견에 대한 응징의 공포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나라,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력을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을 때 제가 에티오피아에서 왔다고 얘기하면 우리나라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어떤 이들은 1950년대 한국 전쟁 동안 수천 명의 에티오피아인이 한국을 돕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손잡고 싸우며 죽고 다쳤다는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에티오피아의 수천 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아니면 30여 년에 걸친 독재 정권하에 발생한 기아와 내전의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저의 국적을 알게 되면 대개 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에티오피아가 지구상에서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은 저와 같이 단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가면 위험에 처할 사람에게 좋은 은신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한국 생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들을 아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 정부와 관련 당국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서 한국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국제적 이미지를 고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저는 제 배우자가 대학원 학생이어서 가족 비자로 한국에 왔습니다. 저는 부양가족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집에 할 일 없이 앉아있기보다는 허용이 된다면 풀 타임이든 파트 타임이든 문화 경험도 쌓고 한국어도 배우고 또 가족을 위해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둘째는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뒤에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이는 제가 당면한 일 중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문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한국 출입국 사무소는 난민 신청자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언어적, 문화적인 장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출입국 직원들이 잘 인식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이러한 인식 부족으로 오해가 있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제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와 더불어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들을 위한 조항과 혜택을 포함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저는 난민 신청자로서 저희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무료나 저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고 고용이 되지 못하면 의료보험 보장을 받지 못합니다. 이는 특히 저와 같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는 신청자들에게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아이를 위한 기본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취업이 어려우면 따로 개인 의료보험을 들 수도 없습니다.


직장의 고용주와 관련된 어려움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 개인 회사에서 중간 중간 일을 했었는데 아무리 제가 열심히 오랫동안 일을 해도 제 때에 봉급을 받지 못하거나 금액을 다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몇 주 또는 몇 달치 임금을 못 받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음 회사에서는 좀 더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지요. 진심으로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살펴보고 회사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시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번역·감수 : 장유진고은지

원문링크 : http://www.nancen.org/1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