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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ata on Refugees

[FMR] 성적 소수(LGBT) 강제이주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도전과제

성적 소수(LGBT) 강제이주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도전과제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들 중 다수는 심각한 수준의, 어떤 경우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리적 외상을 지니고 있다. 정신보건 분야 종사자들은 성적소수 강제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박해가 이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문서로 입증함으로써 난민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 세계의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및 성전환자(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LGBT) 강제이주민들은 다양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해 온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전한다. 이들의 경험은 언어적, 정서적, 육체적 그리고 성적인 학대를 비롯해 구타, 희롱, 회피, 침을 뱉는 등 경멸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주거와 고용에서의 차별, 사유재산 파괴, 협박, 성관계의 강요, 이성과의 강제적 혼인, ‘교정적 강간’[각주:1]과 성적 지향의 전환을 위한 강압적인 개입 등을 포함하는 범위에까지 이른다.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순응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여겨지는 이들은 유년 시절부터 그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각주:2]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SOGI) 문제로 폭력을 경험한 성적 소수 피해자들은 가정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에 대해 털어놓지 않았거나, 커밍아웃 시 가족들도 박해에 가담하기 때문이다.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들은 본국의 가족이 가해자로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박해 사유로 발생되는 집단들과 구분된다. 많은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들은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언어적, 육체적 그리고 성적인 폭력을 경험한 바가 있다고 언급한다. 사회적 관념에 반하는 성 정체성을 지녔던 한 페루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서 정서적, 그리고 육체적인 학대를 받았다; 그녀에게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으며, 다른 형제자매들과는 달리 침대에서 잘 수도 없었다. 한 콜롬비아 여성은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난 뒤 슬픔과 분노, 고립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에게 도움이나 정서적 지지를 구할 수 없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족에게 자신을 커밍아웃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영향


많은 이들이 정신적 외상의 경험이 누적되어 온 결과, 정신건강 상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우울증 재발, 다중인격장애,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적 불안감, 외상성 뇌손상 그리고 약물 남용이 공통적인 진단으로 나온다.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들은 두 가지 형태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앓을 수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그 자체와 복합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complex PTSD)가 그것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외상을 초래한 사건의 재연, 해당 사건에 대한 무감각 내지는 사고의 회피, 그리고 과민반응이라는 세 단계의 증상을 동반한다. 정신적 외상을 수차례 경험한 이들은 이에 더해 복합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을 수 있는데, 이는 자기파괴적 행동, 기억상실, 과도한 수치심,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 정신적 고통에 상응하는 육체적 통증의 경험, 애정 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 등을 수반한다.


심사관은 박해에 관해 조리와 일관성이 있는 순차적인 진술을 기대한다. 그러나 박해로부터 살아남은 대가는 때로 기억상실, 정신적 외상을 야기한 사건의 영향 내지는 그 심각성에 대한 부정을 필수적으로 초래할 수 있다. 외상에 대한 기억은 언어적으로 구술할 수 있는 방식보다는 이미지, 소리, 냄새, 그리고 육체적 감각 등 단편적으로만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이 박해의 경험을 되살리는 데 도전과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박해받은 지난 정황을 반복적으로 다시 언급함으로써 강제이주를 야기한 정신적 외상이 재발되거나 가중되며, 이는 변호인이나 심사관에 대한 이차적인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보건 분야 종사자가 개입 가능하게 되면, 이들의 정신적 외상이 재발되는 수준을 최소화할 다양한 기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각주:3]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평가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성적 소수자들 개개인 다수가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내면 과정 접근법을 실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내면 과정 접근법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다른 수용국에 이를 때까지 진행이 늦춰지거나 일시 중지되는 ‘냉담’기를 거치기도 한다. 커밍아웃 과정은 수용국에 도착한 지 수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금 그 진행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의 경우에는 자신이 성적 소수자임을 심사관에게 납득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과 관련해 이주하기 전과 후에 변화된 양상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진술이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의 어느 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탈피해 폭넓은 범위의 지표들을 대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기록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적 감정, 성적 환상, 반하거나 사랑에 빠지는 경우, 연애 관계, (성 소수자로소의) 자기 명명,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자기 명명 공개, 양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자기 명명 공개, 다른 성적 소수자들과의 관계 형성, 성적 행위 등이 이 지표에 포함된다.[각주:4]


박해를 겪었던 성적 소수자 다수가 경험한 공포, 수치심,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숨기려고 했던 시도 등을 기록하는 것 역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 소수 강제이주자 중 어떤 이는 동성과 성관계를 갖거나 연애해 본 적이 없을 수 있으며, 대신 이성애자와 결혼 생활 또는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 이성애자와의 혼인으로 슬하에 자녀를 두었을 수도 있고, 이주한 국가에서는 다른 성 소수자들과의 친분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적 소수자로 간주될 수 있으며, 동성에게 애정을 느꼈던 경험,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의 면모들을 알게 되면서 경험한 공포, 그 사실들을 숨기려 했던 시도,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표적이 되었던 경험, 본국 가족들이 보인 실망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지난 정황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심사관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박해로 인해 이루어진 비호신청에서 이러한 특성만으로도 유효한 지표가 충족될 수 있음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비호신청자는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행위나 수용국에서의 성 소수자 모임에의 참여 등을 그 증거로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역시 미리 주지되어야 한다.


커밍아웃 과정의 지연은 두 가지 형태의 난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박해를 피해 비호를 신청하는 자체가 미뤄질 수 있고, 둘째, 박해로부터의 비호 신청은 진행되지만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비호 신청의 근거가 된다는 부분은 추후 절차에 돌입할 때까지 공개하지 못할 수 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반감에 기인한 사회와 가족의 폭력이 누적된 결과, 이들은 성적인 요인으로 말미암은 문제에 도움을 청함에 있어 심리적으로 강한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할 때 상당한 수치와 두려움을 경험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생활을 겨냥한 폭력이 야기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순간들을 언급할 때 그러하다. 성적 소수 강제이주민 다수에게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따른 박해로 시달렸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부 기관들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출신국을 벗어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까지도 쉽지가 않다. 강제이주민들이 복합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을 경우에는 이들의 정신적 외상 경험을 끌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며,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만큼 그 수치심과 공포를 가라앉히는 데에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주, 그 후


수용국에 도착한 후 발생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과 관련해 전개된 사항들을 기록하는 것은 미국과 같은 국가들에서의 비호신청 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허용된 기한 이후에 신청서가 제출되었을 때, ‘개인의 상황에 발생한 예외적인 변화들’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각주:5] 일부 트랜스젠더 강제이주자들은 수용국에서 비교적 안전을 느끼게 된 뒤에야 성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레즈비언이나 게이로 스스로를 자각하는 단계에서 비호신청을 시작했다가 이후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 트랜스젠더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는 수도 있다. 심사관은 이와 같은 일들이 트랜스젠더 강제이주민들에게는 규범적인 전개 양상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여타 강제이주민 집단과는 달리, 성적 소수자 개개인은 수용국에 들어온 직후 출신 지역 교포들의 모임으로부터 응당 받을 만한 지원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들에게 동포는 벗어나 도망쳐 온, 두려움에 떨리는, 바로 그 사람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교포 사회 구성원들과 친분을 다진다 하더라도, 이들은 대개 자신의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역 성 소수자 단체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는 박해 경험에서 비롯되는 엄청난 자기 비하와 혼란을 겪게 될 수 있으며 새로이 참여하는 성 소수자들 간 사회적 교류의 장에서 관련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만한 두 집단과 관계를 맺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때로는 극도의 고립감을 경험하게 된다.


강제이주민들은 새로이 정착한 나라에서 보통 첫 해에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다. 그들이 스스로를 성적 소수자로 자각하는 것은 유동적일 수 있는데, 이는 타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시험해 보기 때문이다. 성적 소수자인 자신들을 도와 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들은 반신반의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낯선 사람이나 자신을 괴롭히던 이를 상기시키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우리는 임상 실험을 통해 낯선 사회 환경에서는 정신적 외상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이 다시금 작동되는 것이 공통된 현상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로부터 상담치료를 받은 한 몰도바 사람은 몰도바와 러시아에서 온 고객을 상대하는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던 중 동료들과 손님들이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자 모욕과 육체적 폭력을 겪으며 본국에서 소외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직장에서 사람들이 저를 쳐다볼 때, 고향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저는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지요. 그러면 화장실로 들어가 눈물을 쏟게 됩니다.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어요. 제 몸은 제 마음이 느끼는 대로 반응하니까요.”



결론


정신보건 분야 종사자들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반감에서 야기된 박해가 이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지표를 토대로 예상되는 차후 전개될 변화에 대해 문서화된 증거를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다. 심사관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근거로 발생되는 박해를 이유로 한 비호신청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가의 의견을 참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이는 강제이주민들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련된 비호신청 시 절차 진행 과정의 일부로 자신의 경험을 다시 떠올려 언급해야 할 때 야기될 정신적 외상의 재발을 최소화하는 데 역시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리얼 쉬들로(Ariel Shidlo)&조앤 어홀라(Joanne Ahola)

(장벽없는 연구소(Research Institute Without Walls / http://riww.org) 이사, 웨일 코넬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





*이 글은 26개국 출신의 사람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나온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추가적인 정보는 저자에게 이메일로 문의 주십시오.




원문출처: Forced Migration Review (Issue 42)


Mental health challenges of LGBT forced migrants.pdf


번역: 김지혜(난민인권센터 통번역자원활동가)

감수: 김한나(난민인권센터 상근활동가)






  1. 대상이 되는 사람의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 인지에 관한 이유로 자행되는 강간. 가해자의 관점에서는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교정’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강간하는 대상을 이성애자로 전환시키거나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에 보다 부합하여 따르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문으로]
  2.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반발로 발생되는 정신적 외상의 사건들은 Ariel Shidlo's SOGI Traumatic Events Questionnaire(SOGI-TEQ)(2010)를 활용하여 평가해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측정 도구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저자에게 문의. [본문으로]
  3. Ariel Shidlo, Joanne Ahola, Michael Corradini, M. Carl Budd 'Mental health challenges of LGBT refugees and asylum seekers' 참조. 2012년 7월에 런던 그린위치대학교에서 개최된 이중위험(Double Jeopardy)에 관한 2012 컨퍼런스에서 발제. [본문으로]
  4. Ahola and Shidlo 'SOGI Assessment in Forced Migrants(SOGI-AFM)'(2011) 참조.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측정 도구. [본문으로]
  5.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Guidelines for Adjudicating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nd Intersexual(LGBTI) Refugee and Asylum Claims'(2011) 48쪽, 64쪽 http://tinyurl.com/USCIS-march2011 [본문으로]